티스토리 툴바


블로그가 이사합니다.

Posted 2009/10/12 20:24

기술적인 이유로 블로그가 다음 주소로 이사합니다.

http://byeolappa.wordpress.com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이곳을 방문해 주시는 몇몇 분들께는 번거로움을 끼치게 되어 죄송합니다.

이곳에서 시작한 몇가지 프로젝트 (번역이라든가 과학과 신앙에 관한 글이라든가)는 새로운 블로그에서 시간이 나는데로 지속하겠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우상

Posted 2009/10/10 15:01

우상이 우상으로서의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으려면,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실질적인 이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이데올로기든, 종교든, 돈이든,  명예나 권력이든, 그것이 어리숙하고 무능하다면 결코 사람들이 섬기는 우상이 될 수 없다. 나를 포함하여, 사람들이 진실을 버리고 우상을 섬기는 이유는, 사람들이 순진해서가 아니라 영악하기 때문이고, 우상을 따름으로 인해 자신들의 삶에서 얻는 여러가지 편리함과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우상은 영악함의 체현이다. 그리고 십자가는 우리의 구원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과학자의 처우 개선이라는 것

Posted 2009/09/25 17:37

 연구소 앞은 밭이다. 그곳을 가로지르며 걷다보면 우리 아버지가 생각이 난다. 여느 부모님과 다름이 없이, 당신들은 내가 의대로 진학하기를 바라셨다. 우주의 비밀을 밝히는 거창한 꿈에 사로잡혔던 나는 계속 천문학과를 고집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자신의 지적인 만족을 위한 천문학보다는 뭔가 다른 사람에게도 직접적으로 유익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 더 보람있지 않겠냐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셨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께서 뜬금없이, 농대에 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셨다. 저 넓고 넓은 광할한 우주를 바라보는 나에게 땅의 흙이나 뭍히는 일을 하라니! 철없던 내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요즘은 철이 조금 들었나보다. 농부들의 땀과 정성이 담긴 그곳을 바라보면서 생명의 신비함에 새삼스럽게 사로잡혀 잠시 발길을 멈춘다. 만일 아버지의 뜻을 따라 농대로 진학했다면 지금쯤 땀 뻘뻘 흘리면서 나도 논과 밭을 누비면서 일을 하고 있을지, 아니면 실험실에서 지루하게 유전자 조작이나 하고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컴퓨터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별과 초신성에 관한 이론적인 일을 하는 것에 비해 더 자연과 직접적으로 숨쉬며 일하는 기회가 많았을 것이고, 아마 보람도 더 컸을지도 모른다.

물론 사람은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기에, 천문학도 사람들의 삶의 방향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고 우리 사회의 공동체에게 유익을 끼치는 학문이라고 믿고 있다. 나는 배운게 천문학인데다가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재주도 없는지라, 아마 내 일생은 계속 천문학계에 몸담는 것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여기에 나름 만족한다. 덕분에 이 나라 저 나라를 돌아가면서 살아 보는 사치도 누리고 있고, 하는 일이 그다지 고되지도 않다. 무엇보다, 볼 꼴, 못볼 꼴, 험한 꼴 보지 않고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과학과 신앙"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과분한 삶을 누리고 있다.

흔히, 이공계의 대우에 관한 불평이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것에 관한 글을 읽을 때가 있다. 남들 보다 훨씬 더 많이 공부했는데, 학위를 받고 나서 비정규직으로 받는 월급은 학부를 나온 일반 기업체의 신입사원보다도 훨씬 못하다면 혹 그런 불평이 이해할만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바꾸어 생각한다면, 우리들은 국민들의 세금, 혹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가면서 남들보다 더 오랫 동안 캠퍼스에서 학창시절을 누리는 혜택을 입었다. 유학을 했다면 더더욱, 그것이 부모님의 도움이든 장학금의 도움이었든 간에, 남들이 하지 못한 경험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 깊이 주변 분들에게 고마워해야할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과학 연구에 비해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힘든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 보다 평균적으로 더 많은 월급을 받고 있지 않은가. 과연 우리가 별과 은하와 블랙홀과 초신성과 우주의 기원을 연구하는 하는 일이 저 밭의 농부들이나 길거리의 쓰레기를 치우는 미화원분들이 하시는 일에 비해  비해 더 가치있는 일일까? 난 그렇다고 말할 자신이 없다. 일의 귀천을 가리는 일은 조선시대로 족하다.

 지금 우리 가족이 세들어 살고 있는 집 주인은 나와 동갑이다. 그의 직업은 페인트를 칠하는 일이라고 들었다. 근데 아직 셋방살이하는 나와는 대조적으로 그는 벌써 집을 두 채나 가지고 있다. 나는 이것이 매우 옳고도 맞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두 자녀를 두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한국 노동자들의 얼굴에서 자주 보았던 삶의 각박함 혹은 고단함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독일 사회는 이런 면에서 아직 매우 건강한 사회다. 솔직이 부럽다. 나는 한국의 청소년들이 과학을 외면하고, 돈벌이가 되는 직업을 찾아가는 이유가 과연 일부에서 생각하듯 이공계에 대한 대우가 열악하기 때문인지에 관해 확신이 없다. 이것은 오히려 공동체의 가치관이 얼마나 건강한가의 문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 PREV : 1 : 2 : 3 : 4 : 5 : ... 42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