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어떤 택시 기사 아저씨가 내가 천문학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천문학자들이 빨리 외계인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저 멍청한 종교인들이 더 헛소리를 못할 거 아니에요?" 그 때 말은 안했지만,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다고 종교가 없어지지 않을껄. 오히려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면 저들로부터 지구를 지켜달라고 사람들이 더 간절하게 하나님께 기도하지 않을까.'
그런데, 최근에 어떤 사람이 이에 관해 조사를 했다. 외계에 지적인 문명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당신의 종교적 믿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물었는데, 밑의 그림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종교인은, 심지어 보수적인 크리스천들을 포함해서, 적어도 자신의 믿음에 어떤 위기도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출처:
www.counterbalance.net/etsurv/analy-body.html
흥미로운 점은, 밑의 도표에서 알 수 있듯이, 종교인들보다는 종교가 없는 사람들일 수록 외계인의 발견이 종교에 위기를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출처: www.counterbalance.net/etsurv/analy-body.ht
진화론이 받아들여지면 전통적인 유신론적인 종교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대부분은 종교인들 자신보다는 무신론자들 가운데 더 많지 않을가 싶다. 이 점은 안티 기독교 운동 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단순히 종교인들이 보기 싫은 감정에서 하는 맹목적인 안티 기독교 운동이 아니라, 현 기독교가 한국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을 염려하는 건강하고 건설적인 반기독교 운동을 생각하고 있다면, 기독교 자체가 없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국인의 약 4분의 1이 기독교에 몸담고 있다면 한국의 기독교 현상은 단순히 종교가 아니라 이미 한국 문화의 일부라는 점, 그렇기에 반기독교 운동이 그 효과를 발휘하려면 종교인들도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 나가야할 공동체의 일원임을 염두에 두면서, 교회의 건강한 변화를 통해 종교의 긍정적인 역할이 극대화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점이다. 결국, 반기독교인들이나 합리적인 기독교인들이 지향해야 하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어쨌거나, 천체 신학 (astrotheology)라는 말이 쓰인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외계인이 있다면 그들에게도 종교가 있을지. 많일 그들도 신을 믿는다면 그들이 체험한 신은 우리 지구인이 체험한 신과 어떻게 다를지. 그리고, 그들과의 교류가 지구상의 종교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뭐 이런 상당히 사변적인 주제를 다루는 분야라고 한다. 우리의 사고의 지평이 좁은 지구 땅 덩어리를 벗어나서 저 넓은 우주로 넓혀지는 것도 중요한 일이고, 종교라고 해서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적어도 순간의 안락을 구하는 기복신앙이나 민족주의/국가주의와 같은 편협한 사고에 사로잡히는 부정적인 종교 현상을 완화시키는 데에 다소간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종교는 인간이 그 중심에 놓여 있기에 우주를 생각하더라도 사람을 놓지지 않으면서 해야 할 것이다. 천문학도 마찬가지이다. 천문학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인간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탐색 하면서, 우주의 변두리에서 나그네로 살고 있는 우리 인간의 삶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음미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천체 신학이라는 말이 전혀 엉뚱한 것은 아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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